의사도 알려주지 않는 병원 사용설명서
아이가 아프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병원. 안전한 곳 같아도 자칫 잘못하면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그런 만큼 엄마가 먼저 병원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똑똑한 병원 이용 방법과 엄마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의사항들.
◆ Part 1 병원 진료
아이 키우면서 자주 찾게 되는 병원은 안전한 것 같아도 오히려 병을 얻어올 수도 있고, 급한 마음에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달려가봐도 신속한 치료 대신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도 흔하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는 면역력이 약해 질환에 금세 노출되기 때문에 방문 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1 병원은 아침에 간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때는 되도록 아침 시간에 방문한다. 점심 이후에는 낮잠으로 인해 몸이 처지고 졸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비고 아이의 컨디션이 좋은 아침나절에 찾아가고, 의사의 마음이 바쁜 점심시간 직전이나 퇴근 시간 직전은 피한다. 또 예방접종이나 주사를 맞은 뒤 반나절쯤 지나 열이 나거나 토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오전에 병원을 방문하면 이런 경우 그날 안에 다시 병원을 찾을 수도 있다.
2 병원 가기 전 궁금한 것을 미리 메모한다
정신이 없다 보면 아는 것도 빼먹기 일쑤. 병원에 갈 때는 궁금한 내용을 미리 메모해 의사와 상담 시 빠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질문의 요점도 명확히 한다. 병원이 가장 한가한 시간대를 미리 알아두고 방문하는 것도 질문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요령.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의사에게 알려주면 의사 또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것을 기록할까?
· 증상 시작 시기와 진행 상태(기침의 정도, 열이 나는 정도, 변 상태 등)
· 다른 동반되는 증상
· 현재 먹이고 있는 다른 약
· 증상 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
· 다른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았을 경우 소견과 처방
· 예방접종으로 방문한 경우 최근 1~2일간 아이의 상태
· 신생아의 경우 수유 시간과 수유 간격, 먹는 양, 변의 횟수와 상태, 분유 탈 때의 비율, 잠잘 때의 모습, 목욕 횟수와 방법
3 되도록 동네 병원이나 보건소를 이용한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병원 내 감염 확률 또한 높을 뿐 아니라 그만큼 진료 대기 시간도 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다른 환자와의 접촉이 많아지고 진료 시간이 짧아 자세한 진료를 받기도 힘들다. 엄마들은 병을 빨리 치료하거나 사람이 많아 복작대는 곳이 좋은 병원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좋은 병원은 궁금한 것에 대해 설명을 잘해주고 아이를 이해해주는 의사가 있는 곳이다. 규모는 다소 작아도 믿을 수 있는 동네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는 편이 현명하다. 단골 병원을 정해 꾸준히 다니는 게 이득. 아이의 증세가 금방 나아지지 않는다고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일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
4 병원에서의 감염에 주의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전염성 질환은 주변 사물을 통해서도 쉽게 옮을 수 있으므로 병원의 물품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에 비치된 장난감이나 물티슈, 책 등은 되도록 만지지 못하게 하고, 필요한 물품은 따로 챙겨간다. 또 아이가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 않게 하고, 원내에 머무는 시간은 최소화한다.
5 외출 후 귀가하면 위생관리에 힘쓴다
외출 시에는 옷을 잘 챙겨 입혀 춥거나 너무 덥지 않게 돌보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손발을 잘 씻기고 양치질도 시킨다. 특히 바이러스의 경우 아이의 손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 손발을 자주 씻기고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면 감기도 덜 걸릴 수 있다. 평소 충분히 쉬게 하고 영양 보충을 하는 건 기본이다.
슈퍼박테리아의 공포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내성황색포도상구균 슈퍼박테리아.
면역력이 떨어진 인체에 침투할 경우 어떠한 항생제도 효과가 없어 결국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균이다. 1996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후 미국, 영국, 프랑스, 홍콩, 독일 등에서 잇따라 발견되었고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슈퍼박테리아의 감염 경로는 놀랍게도 병원이다. 많은 환자들이 모이고 그만큼 다양한 병원균 또한 득실대기 때문에 결코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슈퍼박테리아는 면역력이 높은 사람에게는 감염될 확률이 적은 반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평소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제철 채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해 먹이고,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주도록 하자.
◆ Part 2 응급실
갑자기 열이 펄펄 끓고 아이가 이유 없이 울거나 이물질을 삼켜 괴로워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응급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응급실은 24시간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매일 밤 응급 환자들로 넘쳐난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접수를 하고 진료를 받기까지 30분 이상 기다리기 일쑤. 보통 응급실은 인턴이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 의사가 초진을 하고 응급의학과 상급 의사가 검진한 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전문의에게 연락을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한 편이고, 소아과 진찰은 오전 일반 진료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1 극심한 병증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응급실행은 피한다
면역력이 저하된 아이가 응급실에 있으면 다른 질병에 감염될 수 있고 구급차 또한 세균 덩어리라는 보고도 있으므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오전에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편이 낫다. 실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을 가장 많이 찾는 이유는 고열. 먼저 체온을 잰 다음 열이 내리도록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고 해열제를 처방하는 것까지가 응급실에서 받을 수 있는 처치다. 해열제를 먹인 후에도 38.5℃ 이상 고열이 계속되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흉부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하는데 검사비와 진료비가 10만원 선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조건 응급실을 찾기보다 일단 집에서 해열제를 먹이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2 아이 여벌옷 등 필요한 것을 챙긴다
응급실을 가기로 결정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필요한 물품을 먼저 챙길 것. 응급실에 장시간 머물 경우를 대비해 아이의 여벌옷을 챙기고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가져간다. 병원 실내 온도나 대기실 상황에 따라 담요가 필요할 수 있는데 몸에 직접 닿는 만큼 아이가 평소 쓰던 것을 가져가는 게 위생상 좋다.
3 구토했을 경우 토사물을, 설사는 대변본 기저귀를 챙긴다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을 경우에는 토사물이나 변이 묻은 기저귀 등을 챙겨가 의료진에게 보여주면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예방접종 기록 수첩을 가져가는 것도 필수. 고열 때문이라면 아이의 체온 변화를 기록한 메모를 챙기고, 이물질이나 약물을 삼켰을 때는 삼킨 물건이나 약을 가져가 보여준다. 이 밖에 현재 아이가 앓고 있는 질환이나 먹고 있는 약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복용 약이나 처방전, 병원 기록 등을 가져가는 게 좋다.
4 아이의 키와 체중을 정확하게 알고 간다
신속한 응급처치와 약물 투여를 위해서는 평소 아이의 키와 체중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약품이나 식품 등은 미리 의사에게 이야기하고, 아이의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응급실에 도착 전까지의 상황을 차례차례 자세히 전달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증상을 설명할 때는 뭉뚱그리기보다 정확한 수치와 정보를 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응급실 꼭 가야 할 때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고 위급하다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당장 가야 한다. 평소 집 근처 응급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둘 것.
· 피부가 찢어져 압박붕대나 거즈로 감싸고 눌러도 피가 금세 스며들 때
· 화상을 입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물집이 생겼을 때
· 외상이 심할 때
· 한 번에 연속해서 3~4회 정도 토하고 탈수 증상이 심할 경우
· 아이가 이물질을 기도로 삼켰을 때
· 15분이 지나도 코피가 멎지 않을 때
· 경련 증상이 5분 이상 멈추지 않을 때
· 높은 곳에서 떨어진 부위가 보랏빛으로 변했을 때
· 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쳤을 때
· 6개월 이전 아이의 체온이 38.1℃ 이상일 때
· 해열제를 먹이고 30분 후에도 체온이 38.5℃ 이상일 때
소아 전용 응급센터
2011년 아산병원과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 이어 올해 5월 명지병원, 이대목동병원, 카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길병원에 아이만을 위한 소아 전용 응급센터가 마련됐다. 아이들만 전문적으로 진료하는데다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어 신속한 진료가 가능한 것이 장점. 소아 환자와 성인 환자를 완전히 분리해 감염 위험을 줄였으며, 소아 전용 엑스레이실, 처치실, 격리실 등을 한곳에 갖춰 손쉽게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가벼운 증상일 경우 단시간 내에 진료를 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외래 응급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 Part 3 입원
아이가 갑작스런 병치레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엄마가 신경쓸 부분이 많다. 병원 규칙에 따르며 아이의 병간호에 만전을 기할 것. 엄마 역시 병간호로 지칠 수 있으므로 적절히 체력을 안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퇴원 후 아이의 생활 패턴이 평소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때는 강압적으로 바꾸기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적응할 수 있게 한다.
1 병원은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곳을 택한다
아이가 입원하면 가장 바빠지는 건 엄마다. 집에 남은 가족들도 신경써야 하고, 집에 다녀와야 할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병원은 엄마의 입장을 고려해 집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을 택한다. 교통편이 나쁘지 않은지, 편의시설은 잘 되어 있는지 등 꼼꼼히 따져볼 것.
2 아이 상황에 맞게 병실을 고른다
입원수속을 하면서 처음 결정하는 것이 병실이다. 아이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병실을 선택한다. 아이가 만 3세 이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면 다인실을 쓰는 것이 좋다.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장점인 반면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다인실을 쓸 경우 감염 우려가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인 만큼 소음이 심해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예민한 성격일 경우 1인실이 편하지만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입원비가 비싸고 1인실의 특성상 엄마가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 온돌방의 경우 다른 가족들도 간단하게나마 숙식이 가능해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 아이가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게 한다
병원 입원 시 엄마를 비롯한 사람들이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수군거리면 아이는 병원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받는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병원에 대한 거짓말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병원에 왜 가야 하는지, 왜 건강해져야 하는지 등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줄 것. 병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아이가 안심하고 치료에 충실할 수 있게 한다.
4 병문안은 가족 외에 가급적 오지 않게 한다
아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마음은 알지만 면회는 가급적 제한하고 마음만 받는 것이 좋다. 병원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곳인 만큼 아이의 안정이 우선이고, 엄마 또한 손님이 방문하면 이것저것 신경쓰이고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가족 이외에는 가급적 오지 않게 하고, 아이의 동생 또한 병원에 자주 데려오지 않는다.
5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병원에 있다 보면 엄마도 아이도 할 일이 없어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 평소 아이가 즐겨 보던 책과 장난감을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아이가 링거를 맞고 있다면 책장이 얇은 책보다 두꺼운 하드보드지로 제작해 한 손으로도 척척 넘길 수 있는 책이 좋다. 장난감도 큰 것보다는 한 손으로 놀 수 있는 미니 사이즈로 준비한다. 4세 이상 아이라면 보드게임을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좋다.
6 식사 메뉴는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한다
요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으로 인한 트러블이 적은 편이다. 하루 전에 미리 아이에게 식단표를 보여주고 메뉴를 직접 고르게 하자. 병원 밥을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아이라면 치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음식으로 식단을 짜 엄마가 직접 해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끼니마다 챙겨 먹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병원 밥을 주식으로 하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먹여도 좋다.
7 엄마의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아이가 아플 때 아이만큼 힘든 사람이 바로 엄마다. 아픈 아이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하고 모두 내 탓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 못지않게 엄마의 몸과 마음도 지치게 된다. 게다가 아파서 예민해진 아이가 평소보다 짜증을 내기 때문에 엄마의 참을성도 한계에 다다르기 쉽다. 이때는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므로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를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 것. 이때 엄마 혼자 간호하려 하지 말고 남편이나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아이가 잘 때는 엄마도 함께 눈을 붙이는 편이 좋다.
입원 준비물
가제 손수건과 타월
다용도로 요긴하게 쓰이므로 많이 챙긴다. 링거를 꽂은 상태라 세수하기 힘들 때는 간단하게 얼굴을 닦아주기도 좋다.
슬리퍼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는 필수. 엄마의 피로를 덜어줄 슬리퍼도 따로 챙길 것.
종이컵
손님을 접대할 때마다 일일이 컵을 닦기란 여건상 쉽지 않다.
무릎담요
바깥바람을 쏘일 때, 잠깐 눈을 붙일 때 등 여러모로 유용하다.
양치 티슈
양치질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때 아이의 치아 관리를 도와준다.
목받침 쿠션
아이가 휠체어를 탄다면 필수로 챙긴다. 아이용 휠체어라도 사이즈가 커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목에 꼭 받쳐줘야 한다.
엄마를 위한 용품
아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엄마도 함께 병실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간단한 세면도구는 물론 잠깐 짬날 때 읽을 수 있는 책이나 기분 전환을 위한 차 등도 챙긴다.
기획: 김은혜 기자 | 사진: 추경미 | 모델: 배소율(11개월) | 도움말: 김영훈(카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 의상협찬: 베이비소이 | 제품협찬: 아이큐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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