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풍경 無題 (무제)
김립(金笠. 조선)
四角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 네발 멀쩡한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죽 위에 떠다닌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
- 물에 비쳐 거꾸러진 청산 풍경 더욱 좋구려!
粥(죽) : 곡식을 묽게 끓인 음식
顔色(무안) : 볼 낮이 없음
비록 묽은 죽 한 그릇이지만 정성스럽게 소반에 격식을 갖춰 대접한다.
그 죽이 어찌나 멀겋던지 하늘에 떠있는 구름까지 다 비친다. 자신도 어렵지만 멀건 죽 밖에 못주어 미안해하는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삿갓도 주인에게 무안해 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본명이 김병연인 김립(金笠)은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 군대에 항복한 죄로 집안이 멸문폐족(滅門廢族)을 당하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된 김병연은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삿갓을 쓰고 일생동안 방랑생활을 하다가 57세에 전라도 화순 땅에서 죽었다.
--------------------------- 이은영의 漢詩散策(한시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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