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에요.

[스크랩] 거꾸로된 풍경 (김삿갓)

황승면(바실리오) 2008. 10. 19. 06:24

거꾸로 된 풍경 無題 (무제)

김립(金笠. 조선)

 

四角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 네발 멀쩡한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죽 위에 떠다닌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이여, 무안해 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

- 물에 비쳐 거꾸러진 청산 풍경 더욱 좋구려!

 

粥(죽) : 곡식을 묽게 끓인 음식

顔色(무안) : 볼 낮이 없음

 

비록 묽은 죽 한 그릇이지만 정성스럽게 소반에 격식을 갖춰 대접한다.

그 죽이 어찌나 멀겋던지 하늘에 떠있는 구름까지 다 비친다. 자신도 어렵지만 멀건 죽 밖에 못주어 미안해하는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삿갓도 주인에게 무안해 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본명이 김병연인 김립(金笠)은 그의 조부 김익순이 홍경래 군대에 항복한 죄로 집안이 멸문폐족(滅門廢族)을 당하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된 김병연은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삿갓을 쓰고 일생동안 방랑생활을 하다가 57세에 전라도 화순 땅에서 죽었다.

 

                                                              --------------------------- 이은영의 漢詩散策(한시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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