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에요.

[스크랩] 오늘 하루

황승면(바실리오) 2012. 2. 24. 07:30
    오늘 하루 오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다 말고 한참 침묵했어요. 조용하더군요. 그렇게 좋은 기회에 왜 당신을 부르지 못했는지, 당신을 생각조차 못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일하면서 당신을 생각할 게 아니라, 당신 생각하면서 일할 수는 없는 걸까요? 일하면서 숨 쉬는 게 아니라 숨 쉬면서 일하듯이 말입니다. 그게 너무 가망 없는 바람이라면, 일하다가 틈이 날 경우에라도 멍하니 있지 말고 당신을 생각하게 도와주십시오. 주님, 늦잠에서 깨어나고도 그냥 자리에 누워 있었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라디오를 들었어요. 그런데 문득, 창문을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걸레로 비누질도 하고 구석구석 정성껏 닦았어요. 마치고 보니 별로 맑아진 것 같지 않네요. 그래도 제 마음 한 구석이 개운해지긴 했습니다. 걸레가 더러워진 걸 눈으로 보았으니까요. 오늘도 당신의 산 걸레들에게 복을 내려 주십시오. 누군가를 위해서 흘린 그들의 땀과 눈물을 당신 손으로 친히 닦아 주시고, 굳어진 다리 근육을 풀어 주십시오. 주님, 누가 저를 터무니없는 말로 비난하고 욕하더라도, 걸레가 더러운 때를 침묵으로 받아들이듯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요? 나아가, 다른 누구에게 돌아갈 비난과 욕설을 제가 대신 받을 수 있다면, 아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하실 수 있거든, 주님이 그러셨듯이, 저를 세상의 걸레로 써 주십시오. 오늘도 걸레처럼 입을 다물고, 걸레처럼 마침내 깨끗해지는 하루가 되게 해 주십시오. 이현주
출처 : 레지오단원들의 쉼터
글쓴이 : ♥보니파시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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