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가는 시계
아들과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보다 훨씬 작은 아저씨 한 분이 옆을 지나갔다. 그러자 아들이 그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큰 소리로 “엄마, 저 아저씨는 왜 키가 작아요?”하고 물었다. 당황해서 “저분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란다.” 하며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아들은 “아! 그렇구나.”하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걸어갔다.
안 되겠다 싶어 아들을 불러 세우고 말했다.
“장애는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야. 절대 불행하거나 불쌍한 것이 아니야. 정말 불쌍한 사람은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란다. 알았니?”
TV나 책에서 주워들은 말이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 아이 학교에 갔다가 같은 반 학생 중 말을 약간 어눌하게 하는 아이를 봤다. 나는 집에 온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그 아이, 좀 이상하지 않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이 이렇게 답하는 게 아닌가.
“뭐가 이상해요? 그 친구는 우리보다 조금 늦게 가는 시계를 마음속에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보다 말도 늦고 공부도 조금 못하는 거예요.”
순간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운운하면서 정작 마음속에 벽을 쌓아 둔 사람은 바로 나였다. (배은경, ‘좋은생각’ 중에서)
Yuhki Kuramoto -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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