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쪽 욕심 하나 비웠을 뿐인데/靑松 권규학
당신의 사랑이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육신에 부끄럼 없이
영혼에 부끄럼 없이
하늘과 땅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스치는 바람에 맹세한 지천명(知天命) 세월
가끔은 옆길로 빠지기도 했습니다
샛길로 들어서서 헤매기도 했습니다
평탄 대로를 두고 비탈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끝이 없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아 끝난 하늘 끝
이 세상 어디에도 해답은 없었습니다
자포자기(自暴自棄), 삶을 비관했습니다
주색잡기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하던 일을 모두 던져버리고 방황도 했습니다
불평불만에 남의 탓만 늘어놓았습니다
나 자신이 싫고, 사람이 싫고, 세상이 싫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도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내 마음을 내 맘대로 추스르지도 못했습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삶
아, 온 세상이 암흑이었습니다
앞은 첨방이요 뒤는 뚝
미래도, 희망도 없는 절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디론가 향하던 허영을 버렸습니다
마음 안에 담긴 욕심 하나 비웠습니다
그제야 보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어둠 끝에서 다가서고
눈을 뜨면 두 눈 가득 동공을 채우는
당신의 향기, 당신의 희생
온 세상을 덮은 당신의 사랑
암흑 속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빛을
그저 마음 한편에 자리한 욕심 하나 비웠을 뿐인데.(0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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