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에요.
[스크랩] 그리움은 강물 처럼
황승면(바실리오)
2009. 4. 25. 01:00
그리움은 강물처럼
- 고 은영 -
뼛속 깊이 흐르는
살아온 날들의 기억들은
가난한 강둑에 분분히 울어 젖히는
나무들이 되었다
4월의 마른 거리에 눈부신 미소로
봄을 적시는 목련이 되었다
짧은 만개를 위해
존재를 인정하는 벚꽃이 되었다
여린 꽃잎들은 찰나에 머물고
그래도 사랑이 다시 그리워
샛노란 가슴까지
들켜버린 개나리가 되었다
바람의 파장에도 흔들리는 미세한 몸짓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불면 바람부는 대로
저 잘난 맛에 양껏 물이나 올라라
꽃들도 내리는
비에 낙화하는 비극을 알고
스치는 바람에
깊은 상처로 놓이는 것을 안다
환희를 즐기지 마라
꽃들은 꽃들대로 그리운 만큼
저들의 아픈 언어를 서로 알아듣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찰나의 문틈에 끼어서 바동거리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상처로 일어서는
비로소 아름다운 연륜의 페이소스다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혼의 섬돌마다
꽃잎처럼 쌓이는 얼굴 얼굴들
그 형상 없는 비구상의 사각지대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저 강물로 흘러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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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주교를 사랑하는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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